[계약금만 받은 경우]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대법원 2017도4027)"는 것이 우리 판례의 입장입니다.
이 경우 계약금을 받은 매도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을 해제하면서 계약금을 포기하지 않고 부동산 매매계약이 사기로 체결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계약금 반환을 청구하면서 민사소송으로 가는 사례가 종종 있으나 법원에서 그 주장을 잘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중도금을 받은 경우]
대법원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므로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쌍방이 그 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채무는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이어서 부동산 매도인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배임죄를 성립하지 않다는 대법원의 소수 의견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매도인이 계약금만 받은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없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중도금까지 받은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매도인이 변심하여 부동산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도금을 최대한 빨리 지급하려는 매도인도 있습니다.
판례에는 "중도금 이행기의 약정이 있더라도 특약으로 이행기 전에 착수하지 않기로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도 있다"(2002다46492판결)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매 대금을 계약금, 잔금으로 나누어 지급하거나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지급하는 방식을 정하는 것도 매매 전략상 중요합니다. 부동산 시가가 급격하게 상승하거나 급격하게 하락할 경우 중도금을 두는 것이 한 쪽 당사자에게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법원은 시가 상승만으로 매매계약의 기초적 사실관계가 변경되었다고 보지 않아 매도인을 당초 계약에 구속시키는 것이 특히 불공평하다고 보지 않으며 계약 내용 변경요청 역시 인정하지 않습니다.(2004다11599판결 참조)
따라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중도금을 두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